나이를 먹는 것 자체는 그다지 겁나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떤 한 시기에 달성 되어야만 할 것이
달성되제 못한 채 그 시기가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나는 정말 알알하게 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생의 시간을
자신의 손으로 쥐고싶다

- 무라카미 하루키 -







문득 12월 31일에 이런 글을 보다니..
위로가 되는구나ㅋㅋ


혹시라도 그대라면
이 기분을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그대라면
이 마음을 안아줄수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그대라면
늘어가는 내 몸의 상처보단
그보다 더 깊게 패인 내 마음의 상처를 볼수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그대라면
조금은 더 노력해 주지 않을까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대라면 그래 너라면
새까맣게 타들어간 내 심장을 다시 새롭게 하고
하루하루 나의 목을 조여오는 절박함 사라지게

하지만 결국엔
이런 나의 이기심이 널 떠나게 해
널 멀어지게 해
결국엔 내가 널 떠나가게 해

혹시라도 그대라면
조금은 더 노력해 주지 않을까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대라면 그래 너라면
닫혀버린 나의 맘을 나의 문을 다시 열리게 하고
멈춰버린 내 심장이 다시 한번 살아날수 있게

하지만 결국엔
이런 나의 이기심이 널 떠나게 해
널 멀어지게 해
결국엔 내가 널 떠나가게 해

정말 한심하죠 난
그 어떤 누구도 심지어 내 자신조차도
사랑할수 없군요
꽤나 억울하게도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갖지 못한채
이렇게 돼버렸어

정말 한심하죠 난
그 어떤 누구도 심지어 내 자신조차도
사랑할수 없군요
꽤나 억울하게도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갖지 못한채
이렇게

혹시라도 그대라면
조금만 더 노력해 주지 않을까
혹시라도 니가 아닌 나를 위해





넬의 healing process는 두장의 CD로 되어있다.
주로 첫번째 시디를 많이 듣는다. 내 경우엔.
두번째 시디의 음악들은 분위기가 서로 상당히 비슷해서, 제목조차 모르고 뭉덩거리로 들어오다가

두번째 시디의 첫번째 곡에.. 이제서야 제대로 반해버렸다.

저런 가사라니...

정말 나이가 드니, 사랑에 이기적이 되는 거 같다.
나이탓을 하는 이유는
사랑은 원래가 이기적인 거겠지만
어릴적에는 사랑의 헌신, 이타성을 거들먹거리며 포장을 하기 나름이고
지금은 그럴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려서
현실적인 사랑을 보게되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결국 이기적인 사랑은 사랑을 사랑이 아닌 것으로 만들게 되고
내가 널 떠나가게 한다.
결국은 내가 사랑했던 건 나인뿐..



정말.. 혹시라도... 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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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나 지난 영화다. 세상에...

문득 오랜만에 주말 같은 주말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제야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다.

뭐할까 생각하다 이전에 다운 받아 놓은 영화를 역순으로 정렬해서, 받아놓았지만, 보지 않고 있던 영화를 하나씩 체크하는데 이 영화가 걸린다.

그래서 플레이했다.

한번쯤은 봐야할 영화라고...

내가 왜 이영화를 받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오프닝에서 출연배우들 이름이 나오는데, 거기 엘리 세디 가 뜨길래
아... 아마도 엘리 세디 때문에 받았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제곡도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보고 난 뒤에나 25년이나 지나버린 영화 인줄 알았다.
세월이... 참...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

영화 내용은 괜찮았다. 좀 더 젊은 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이 영화를 봤다면 더 많은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드라마 프렌즈가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7명의 주인공 중에 한명 정도는 죽을 거라고 보는 내내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저런 생활이 그냥 마음 먹기로 달라질 수 있을 까 싶었는데, 인생이란 의외로 쉽게 바뀔 수 도 있을 거 같다. 게다가 그들은 젊지 않은가...

젊음.

언제가 이 젊음이 무척이나 그리울 거 같다.

나도 그들과 같은 젊음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왠지 모를 아련함이 있다.



이 페이지의 상당 부분의 사진은 '별이셋( http://blog.naver.com/1991bada ) 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가져왔습니다.
가져오면 안되는 건 아니겠지요?
상업적 이용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진을 가져오게 된 이유는.. 차차 말씀 드리지요.



5시50분 경 소낭 촌장님의 우렁찬 기상을 알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어제 비도 오고, 태풍이 근접한 상태라, 대부분이 오늘은 오름 등반이 없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부다.

슬리퍼에 간단히 나오라고 해서 진짜 간단히 나갔음. (사진기 가져갈걸~ ㅡㅜ)

약 30분 정도 차를 타고 어딘가로 흘러갔다.
날씨는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비가 쏟아질 상태는 아니었다. 언제 바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도착한 곳은 '용눈이오름'
촌장님이 이곳의 사연을 이야기 해 준 즉, 제주도에 기념관도 있는 모 사진작가가 사랑한 오름이란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오름...

그리고 평생 지금껏 맞았던 바람(?) 보다 더 많은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이란다.

다행히 슬리퍼를 끌고 올라가는 오름은 그리 힘든 편은 아니었고, 간간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어찌나 경치가 좋은지..
사진기를 가져 올걸~하고 많이 후회했다.



이 사진 또한 소낭에게 퍼온 것. 살짝만 보여드린다. 아마도 이 상태에서 뒤를 돌아서 사진을 찍는다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부드러운 많은 바람을 즐길 수 있었고, 정상에 올라서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강한 바람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주위 풍경도 너무 좋고...

그렇게 오름을 다시 내려와, 해안도로를 돌아 다시 소낭으로 왔다. 그리고 아침식사...
그리고 다들 작별..

10시까지 체크아웃이라.. 좀 여유있는 나는, 잠시 누워서 쉬다가 9시 50분 쯤 나왔다.

소낭에서 길을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린다.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제 우도를 버린 것이 너무 아쉽다. 그렇다고 우도로 향하긴 어려울 것 같고
원래 계획대로 8 올레길를 걷기로 했다.

어떻게 되겠지.
어차피 다른거 할 것도 생각해 놓은 게 없어서 선택 사항이 없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3000원)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 버스를 갈아탈 요량으로 한참을 실려갔다.

소낭에서 같이 나온 어제 본 기억이 별로 없는 한 여행객과 (그 분은 우도로 갈 생각으로 일단 성산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 인사를 나누고 총 1시간 40분가량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비는 쏟아지고...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 시간을 절약할 생각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월평마을 송이수퍼로 향했다. (택시비 6천얼마..)


송이수퍼에 들러 꿀빵 하나를 사서 입에 넣고, 우의를 갈아입고 마음을 다 잡고 8 올레길에 올랐다!



비가 왔다 갔다 하지만, 조금씩 계속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카메라를 손에 들기가 힘들어 그냥 가방에 넣고 걷다 보니,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 위의 사진은 별이셋 님 블로그에서 퍼온 것.

약천사를 잠깐 안으로 들어가서 가볍게 둘러보고 나왔다.


선궷내를 들어가서는 길을 잃어버려서 그냥 방향을 못 잡고 그냥 걸어다니다 보니, 다시 올레길을 찾을 수 있었다.
'우천시에는 하천이 넘쳐 위험하니 우회하세요' 라니... 그런 표지판 못 봤다. 하천에 비도 많고, 발도 다 젖었다. ㅡㅡ
주위에 다른 사람도 하나 없이 혼자서 계속 걷고 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냐는 생각도 들지만, 무작정 걸어보자. 까짓거!

1코스가 끝나갈 때 쯤 시간이 1시가 넘어가고 있어서 대포포구에서 식사를 했음. (한치 물회, 15000원)


(식당에서 찍은 사진)

밥 먹고 나니, 배 불러서 더 걷기가 힘들다. ㅡㅜ






주상절리 쯤 가서부터는 바다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함.

가방에서 사진기를 꺼낼라다가 비바람이 불어닥쳐서 완전 젖었음. ㅡㅜ






파도가 난리가 났다.
저 회색빛 거품이 보이는가? 저 거품이 날라와 발 앞에 떨어지기도 했다.





배릿내 오름을 가느냐, 그냥 패스하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첫번째 사진을 잘 봐야한다.
배릿내 오름은 올라가는 코스로 결국 다시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표시가 잘 되어있지 않다.
그런 사항을 잘 모르고 가는 경우, 배릿내 오름을 무한 반복할 수 있다.!!!!
그렇다. 내가 그랬다. ㅡㅜ
힘들어 죽겠구만, 배릿내오름을 두바퀴 돌았다.
이게 오르막길인데다 비가 와서 나무로 된 곳이 아닌 곳은 미끄럽기 까지 한데 두번 돌려니...

처음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무척 좋다. 주변도 돌아보고.. 자.. 이제 빨리 가야지했는데...

그래서 내려가는 길인데, 이상하게 다시 오르막이 나오더라.
아무생각없이 멍~하게 열심히 걷다 보니, 배릿내 정상이 또 나오더라. 헉...!!

최근에 '인셉션'을 봐서 그런지, 내가 꿈을 꾸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내려가는 길도 먼데, 또 그길을 다시 갈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내려가는 길을 다시 주의를 기울려서 결국은 길을 빠져나왔다. 힘들었다. 여기서만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
 
배릿내를 끝내는 쯔음하여 세번째 보이는 징검 돌다리가 있는데, 우천시에는 다리로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을 돌다리를 건너고 나서야 알았다. 저기도 길이 있었네.. 했다.

그냥 올레길 표시가 돌다리 걷너라고 표시가 되어 있길래 그냥 건넜는데, 사실 돌다리 중간쯤에 머리를 빡빡 깎고 상체 1/3 정도에 문신을 하신 두 분이 앉아서 물놀이(?)하는 중이셔서 날 물속으로 던져버린다던지, 짐을 빼앗긴다던 지 오만가지 상상을 하고 슬금슬금 건넜음.
나 한번 그냥 쳐다보고 관심없어 하셔서 얼마나 속으로 안심을 했는지... ㅡㅡ;;;





중문해수욕장!

이 사진에는 참 평화로운 사진이지만, 내가 있었을 때는, 왜 방송국 카메라 한대와 리포터로 보이는 여성 한분이 열심히 바다를 찍고 있었음.

내가 해변을 건너려고 하니, 어떤 아저씨가 지금 태풍 경보라서 들어가면 안되니 나가라고 해서, 내가 쪼~기 보이는 나무계단으로 해서 올라가겠다고 설득하고 해변을 지났다.

발이 젖은상태에서 이제는 모래까지 신발에 들어가고, 발은 푹푹 빠지고...
해변을 걷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그렇게 걷다 나무계단을 이용해서 아래와 같은 해변을 따라서 설계된 길을 걸음.
(요곤 내가 찍은 거, 올레길이라고 표시된 거 보이죠?)





참 여유로와 보이는 사진이죠?

하지만, 내가 하얏트호텔에 이르르자 갑자기 바람이 쌩하고 불면서 우의가 완전 뒤집히고, 바람에 몸이 날라갈 듯한 정도..

게다가...



장마로 인해서 해병대길은 폐쇄가 되었다!!!
헐...

더 이상 올레길을 진행할 수 가 없었다. 길이 막힌 데다, 이제 태풍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걷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짐.

그래서 바로 앞에 있는 하얏트 호텔로~~

 

요곤 내가 못간 나머지 올레길... 언제가 다시 한번!









사실, 하루정도는 나도 호텔에서 럭셔리하게 휴양을 하는 거야!! 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하얏트호텔로 거침없이 들어오게 되었지만, 내 꼴을 완전 거지꼴.. 완전 젖어서 물이 뚝뚝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숙박되요?' 하고 물었다.

태풍이라 방이 제법 비어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방이 두 개(두 종류?) 밖에 없단다.
하나는 온돌방에 침대가 하나 있는 방, 다른 하나는 트윈 침대 있는 방.

그래서 온돌방에 침대 있는 방으로 달라고 했음.
(조식포함 31만원정도)








옷도 신발도 다 젖어서 저녁은 그냥 룸서비스를 시켰다. (파스타 + 샌드위치 : 36000원, 세금별도)

빈둥빈둥거리면서 TV 보고 놀다가 맥주도 한잔 마시고 (버드와이져) 잤다. 푹~~




참... 호텔 묵으면서 프론트에 세번 전화했는데
첫번째는 TV가 소리가 안나와서 ( 금방 고쳤음)
두번째는 방에 엄청 큰 거미가 나타나서 ( 금방 잡아주고 갔음. 올때까지 이 거미는 방을 헤집고 돌아다님)
세번째는 룸서비스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내놓는다고 들고 나갔다가 방이 문이 닫겨서.. ㅡㅡ;
   나 맨발.. (다행이다. 옷을 입고 있어서)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돌아다니다가 객실 말고, 어떤 문 여니까 여러 짐들이 보이는 컴컴한 방.. 거기에 전화가 보여서 2번 눌러봤는데 프론트 연결되더라. 얼마나 고맙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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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발권 받았다.
아시아나 비행기

11시 40분에 출발하는...
인증샷!

내 자리 9F는 창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창이 없다!!!!!1
이럴수가.. 바로 우영이 한테 문자 보냈다. '창이 없다구!! ㅡㅜ'
내 뒷자리 꼬마는 비행기 뜬다고 구름이 어떻고... 바다가 어떻고.. 신나게 떠드는 데, 나는 앞 사람 창문 곁눈질로 쬐끔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ㅡㅜ

그러나, 얘도 아니고, 나도 뱅기 3번째 타고 떠나는 여행인지라, 겉으론 쿨한 척 하며,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었다.
5분도 되지 않은 찰라, 스튜어디스 아가씨가 나보고 전자제품은 꺼달래... 얼른 귀에서 이어폰 빼고, MP3 접었다. ㅡㅜ

하...

풀리지 않는 여행은 시작은 이런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은 없다. 뭘 찍을 수가 있어야지. 내 옆에 청년도 창이 없다는 사실에 놀란 것인지 그냥 자더라.



제주도에 내가 왔다!! 인증샷!

제주공항에서 나와, 두리번 거리면서 공항버스를 타고, 제주터미널에 내렸다. 동회일주선을 타고 (서회일주선은 서쪽으로, 동회일주선은 동쪽(시계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도는 버스를 칭함. 2일째 되는 날 이걸 깨달았다!) 소낭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월정리 앞에서 하차)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찍은 제주시관광안내도와 아래는 터미널 밖에서 찍은 제주의 맑은 것 처럼 보이나 약간의 구름이 보기에 좋아보이는 하늘의 풍경!
약간은 두터워 보이는 저 구름에 약간 경계심을 가져야 한 것을 ... 흑흑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날씨 쥑이는 구나!!!'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찍은 풍경

왠지 구름이 많아지는 듯!







월정리에서 하차 한 후 찍은 사진
사진 바닥에 몇개의 풍차(?) 돌아가는 것이 쪼꼬맣게 보일 것임. 뭔가 흔들리는 것처럼 찍혔네. 구름이 빠르게 움직였던가?

그리고, 소낭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3시가 되기 전에 성산항에 도착하기 위해서, 바로 나왔다. 2시 25분 쯤...

<아래 사진은 hungun7 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소낭게스트하우스 사진. 찍은 게 없어서>

2시 45분이 될 쯤 까지 버스가 안보여서, 걱정하고 있었다.
3시까지는 가야 배타고, 2시간 스쿠터 타면서 구경하고 막배 6시꺼 타고 나올 예정인데, 출발하는 배시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생각 보다 버스가 오지 않더라.
소낭에서 내리지 말고 바로 성산항으로 갈껄 하는 후회를 할 때쯤 택시가 한대 나타났다.
급한 마음에 얼른 잡아 탈려는데, 저쪽에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ㅡㅡ;
어쨌든 빨리 성산항에 가자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성산항으로 가달라고 하였다.

가는 도중에 택시 아저씨가 제주도 구경은 여기가 어떻구 저기는 어떻구... 내일 혹시 차 빌려서 놀러 가겠냐는 둥
안그래도 택시 타서 쓰린 내 속도 모르고 쓸잘떼기 없는 소리를 자꾸 해서 퉁명하게 내일은 다른 일정이 있다고 입을 막았다.

헌데...

성산항 표지판이 보여서 거의 다 와가는 구나 생각하고 있는 쯔음해서
조금씩 내리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이건 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이었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 없던 우도를 포기해야만 했다.

'아저씨... 아까 어디라고 했죠?? ㅡㅜ'

기사 아저씨에게 실내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을 추천 받았고,
그 중에 '트릭 아트'라는 곳이 괜찮다며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 옆에 '민속마을'이 있는데 거기서 먼저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아저씨는 고맙게도 '미터값'만 받겠다고 했다. ㅡㅡ;

사실 제주도 크긴 해도 섬 아닌가.
식사꺼리로 해물 쪽으로 쭉 생각하고 있었는데, 민속마을 쪽의 식사는 대부분이 고기다. 돼지고기.
흑돼지인지 똥돼지인지 모르겠지만...

고기 별로 땡기지도 않는데...
오늘 저녁에 소낭에서 바베큐 파티를 할건데
왜 굳이 고기를 먹어야 할 까.. 싶었는데, 다른 곳에 먹으러 갈 수도 없어
그냥 불고기 정식(9000원)을 하나 시켜서 먹었다.



사진 찍은 거 없네.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인데, 대충 저런 느낌이다.
머.. 고기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맛있게 먹게 된다. ㅡㅡa



그리고 들어간 트릭아트!
입구에 이르러서야 이 트릭아트가 그 트릭아트 구나 싶었다.
그림이 튀어나오듯이 만들어놓은 그것.
연인끼리 친구끼리 서로 장난 치듯이 포즈를 취해서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
고로.. 홀로 있는 나는 꿰다논 보리자루가 되는 곳!

구경하는 데 40~50분 걸린다는 데, 5분 밖에 걸리지 않는 나는 기사아저씨를 바로 보기가 뭐해서
기념품 가게에서 10여분 구경하며 시간 보내고 기사 아저씨에게 돌아왔다.
'제 취향은 아닌 듯 하네요 ㅡㅡ'

그냥은 소낭으로 돌아갈 수 없어, 소낭 근처에 있는 김녕 미로 공원으로 가자고 했다.

김녕미로공원에서 내려서 택시를 보내드렸다. (택시비 총 5만원)

김녕미로공원은 한 외국인 아저씨가 무슨 이유인지 제주도에 미로로 된 나무 공원을 몇년에 걸쳐서 손수 만드셨고
그것이 현재 광고 CF에도 자주 나오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입장료 : 성인 3300원)


퍼온 사진이다.
외우고 가면 안되고 그냥 들어가서 길을 한번 찾아 보시라.

혼자 미로 속을 누비며, 영화 '샤이닝'의 장면도 생각나고, 미로가 이러니까 신화속의 괴물을 가둬놓는 데 쓰이는 구나.

한마디로 쉽지 않다.
'샤이닝'이 생각나더라.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redrum...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All work and no play make jack a doll boy

그래.. 적당히 놀면서 살아야 된다.
미로도 그렇고..
그래서 나눠준 팜플렛을 슬쩍 참고하여 금방 빠져나왔다. 난 천재!! (적인 사기꾼?)

그리고는 걸었다.

월평리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데다가, 시간이 아직 좀 남아있어서 걷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걷다보니, 나 같이 걷는 사람이 저~~~ 앞에 한 여자분이 있는 것을 알았다. (사진은 없다 )



걸으면서 찍은 풍경







요 사진은 저기 앞에 걷던 여자분이 내쪽을 쳐다보며 사진을 찍길래, '크...이런이런... 나를 원하는 것인가요?'라는 생각과 함께 뒤를 돌아서 나도 따라해서 찍은 "내가 걷던 그길" 이다.
큰 길과 연결된 곳에서 그분이 앉아서 여행안내서 같은 책을 읽고 계셔서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포리너였다. 포리너...
하이~ 하고 싶었는데, 여행객님의 평안을 위해서 그냥 모른척 내 갈 길로 향했다.







이런 제주도의 풍경을 보면서 20-30분 걸었더니, 소낭이 보였다. ^^
다리가 좀 아플라카던 차였다.

소낭으로 들어가기전, 옆에 수퍼에 들러서, 우의와 칫솔 (짐을 아침에 서두르다 보니, 칫솔 챙기는 걸 깜빡!!) 을 사고, 캔 음료수 하나 사서 원샷!

소낭에 들어가 간단히 씻고, 저녁시간이 될 때 까지 자리에서 누워서 쉬었다.
ㅋㅋ 바베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또 비가 오면서 바베큐파티는 취소됨. ㅡㅜ
실망감에 계속 누워있다가 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저녁을 어떻게 할지 의논한단다.

음식은 중식집에서 시키기로 하였고, 주 메뉴는 자장면(쟁반짜장 2인당 1개), 짬뽕, 볶음밥 + 탕슉, 그리고 치킨집에서 후라이드 or 양념치킨.. 그리고 술..!!

중국집에 음식이 오기전에 (1시간 걸린덴다) 서로 둘러앉아 맥주를 따르고,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하였고,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스쿠터, 렌트, 자전거, 버스 등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 중이었고, 상당수는 다음날이 육지로 복귀하는 날이었다. - 제주도 해안도로 여행은 보통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소낭의 경우는 마지막 날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음, 난 반대였지만...)

난 짬뽕 시켰는데, 제주도에서 먹은 짬뽕맛은 그냥 짬뽕맛이었다. 아주 맛있지도, 아주 맛없지도 않는 그냥 그런 짬뽕...

소낭은 다음날 아침, 오름 코스가 있어서 밤 11시가 되면 소등이 원칙이다.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날 일정을 위해 양치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 전에는 좀 더웠는데, 에어컨도 틀고, 선풍기도 틀고, 문밖에서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고 차츰 더위가 식을 때 쯤하여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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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휴가를 맞이하여 올해에는 나도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년간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던 휴가는 물론 나쁘지는 않았지만, 남는 것이 없었다.
슬펐다. 추억도 없다.

올해는 그러지 말아야지.
같이 추억을 만들 사람이 누군가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으련만.
같이 갈 사람이 없구나...

그래서 멀리 가기는 힘들고, 마냥 국내는 다녀온 느낌도 살지 않으니, 비행기 잠깐 떠야하는 그 곳!
제주도로 가자고 정했다.
혼자 떠나는 제주도 여행.

어떻게 가야 하나 막막히 생각하다, 응급실의 노우영군에게 살짝 도움을 청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비행기 표를 예약을 해줬다. 내 카드로..

그리고는 몇몇 포인트를 설명해 주었는데..

게스트하우스들... 혼자서 여행할 때 친구를 만들기 좋단다. 같이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고..

올레길 여행... 우영이도 한번 해봤는데, 생각없이 가면 좀 힘드나 해 볼만 하다고...

그 외 우도나 마라도 (톳 짜장면 땜에.. ㅡㅡ;) 를 생각해서 6월 말 쯤해서 대충 결정한 것이


첫번째 공항에 떨어지면, 1로 간다. (소낭 게스트하우스 ; 저녁 바베큐파티, 다음날 아침 일찍 오름에 오르는 걸로 유명)

짐을 풀고, 우도로 향한다. 우도 투어 (스쿠터 타고)

첫째 밤을 소낭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다.

둘째날.. 버스를 타고 8올레 시작점으로 가서 8올레를 걷는다.

둘째날은 럭셔리하게 호텔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맥주도 마시고, 푹 쉰다.

셋째날, 마라도로 가서 구경하고 저녁 비행기로 대구로 돌아온다.


대충 이 정도 계획을 6월 말에 구상하고, 7월달 파견 갔을 때 세부 계획을 알아봐야지...했었는데
알아보기는 무슨...
8월에 다시 대구로 와서도 관심없이 있다가, 전날 떠나기 전이 되어서야
비행기 시간 다시 알아보고...

밤 12시쯤 되어서 제주도 여행 코스 좀 살펴보고, 떠나게 되었다.

떠나는 날도, 11시40분 비행기라서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을 해야지 했는데...
늦잠 잔다고 10시 다되서 일어나, 허겁지겁 준비하고, 헐레벌떡 집을 나서서, 11시 10분 쯤에 도착했다.
물론, 시간은 충분했다.

배 고파서 햄버거랑 키위 주스 마시고 탑승하니 거의 시간 맞더군. ^^

그럼, 떠나 볼까요?


물론, 태풍 온다는 소식은 들려오고 있었다. ㅡㅜ
(2004년도 휴가때 간 제주도에서도 태풍 등쌀에 시달렸는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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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서, 띄운 익스플로러 창에 정은임의 이름을 다시 보는 순간 그 사람이 다시 떠오른다.

이렇게 자신의 발자취를 강하게 내린 사람이 또 있을까?
라디오 DJ 라는 위치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추억으로 남은 사람이 많지 않을텐데, 그녀에게 느꼈던 내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들 남아 있는 모양이다.

내가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들었던 시기는 각 중학교에 올라갔었던 때였다.
새벽 1시라는 시각은 잠이 많던 나에게 치명적이기도 하였다.
주로 방송의 초반부를 듣다가 잤었던 거 같은데

새벽이라는 시간에 살짝은 딱딱한 그녀의 목소리가 불편하기 보다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그녀였는데...

어느날인가는 너무 들뜬 소녀같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날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빠져서 열심히 들었다.

그 당시 영화를 좋아하던 나를, 영화쟁이로 만들어준 사람이다.

지금도 나는 영화를 볼 때 음악에 관심있게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내 인생의 영화' 5편을 어느 걸로 꼽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녀의 마지막 방송을 나는 듣지 못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마지막 방송에서는 영화 mission 중에 on earth as it is in heaven 이라는 곡을 소개하는 그녀의 낭낭한 목소리.
내가 녹음한 테이프도 이 집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데.. ^^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보니, 그녀의 마지막 방송을 올려준 분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들어보았다.

배철수, 김기덕 씨도 분명 내가 좋아했던 라디오 DJ 이지만, 왠지 그녀는 나의 인생의 한 부분을 채워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평온하기를...





'정은임의 영화음악' 1995년 마지막 방송 멘트

http://mfiles.naver.net/db4ec77466373fe3cb21487047abd0a50053af4d7d/data4/2004/1/28/84/%B8%B6%C1%F6%B8%B7%B9%E6%BC%DB9.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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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은둔을 꿈꾸는 친구에게 - H의 결혼에 부쳐


스무살 무렵엔 누구나 은둔을 꿈꾸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촌에 작은 낚시집이나 하나 열어서 살아가는 꿈. 또는 땡중이나 수도승이 되어 산사의 목어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꿈. 백두대간 봉우리 하나쯤 잡아서 산장지기를 하며 늙어가는 꿈. 그때는 그게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가끔 세상은 나를 성가시게 하고 인연이 없는 여자들은 매몰찬 상처만 남기고 떠나가지. 스무살 무렵에는 유난히 그런 일이 많은 법이지.


가끔, 자살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네. 마음 주지 않는 여자나 허망하게 무너진 추운 나라 때문에 음습한 거리를 청바지에 손을 꽂은 채 헤매기도 했을 것이네. 그런 때면 하늘은 너무도 청명하여 새들조차 날아다니지 않지. 스무살 무렵에는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았네. 무인도에 함께 가자던 초등 학교 동창생들이 그립고 공주같은 옷을 입고 다니던 짝궁이 그립기도 하지.


심지어 무던히도 두들겨패던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이 그립기도 하지. 그때는 전화벨이 울려도 반갑기만 했지. 수화기를 들 때마다 새로운 날들이 펼쳐지는 것 같았네. 이별을 고하는 전화, 새로운 만남을 예고하는 전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전화들이 앞을 다투어 달려들었지. 토악질로 범벅된 입영전야. 자아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그런 노래를 부르며 밤새 거리를 헤매며 누군에겐지 모를 발길질을 해대며 눈물을 뿌려댔어도 그땐 외롭지 않았네. 대가리박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화장실에서 삼켜버리는 소보루 빵맛도 기가 막혔지.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자신의 모습이 때로는 정겹기도 했을 것이네.


스무살 무렵, 세상은 언제나 낯설었지. 사람들은 바삐 떠나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지. 맑스 떠난 자리에 푸코가 들어앉고 조용필은 21세기가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데도 사라졌네. 군복을 벗고 찾아온 교정에는 막바지 진달래만큼이나 싱싱한 젊음들이 배타적으로 기다리고 있었네. 시험지 한 장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언어를 상실했다는 사실을 그때쯤 깨닫게 되지. 남몰래 도서관에서 시험지 채우는 연습을 하는 동안 세월은 시험지 채우기보다는 쉽게 흘러가지.


스무살 무렵. 어떤 여자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지. 인간이 얼마나 바보스러워질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그런 여자. 그런 여자는 포기할만하면 다가와 은전처럼 말을 흩뿌리고 지나가네. 그래서 상처는 더 오래도록 곪아가지. 그런 세월이 계속되면 마음 속에는 두려움마저 생기네. 그녀는 어머니가 되고 누이가 되고 간호교사가 되지. 그런 여자를 만난 가을이면 음악은 소금이 되고 마음은 염전이 되지. 염전의 물을 퍼내느라 하루종일 수차를 돌리는 세월. 그 세월이 오래면 짜디짠 소금처럼 음악들을 사랑하게 되고 그 음악들은 하나둘 상처 위로 내려앉아 감각을 퇴행시키지. 산울림과 조용필, 들국화가 귓전을 떠나지 않게 되고 어느새 음악에서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그런 여자를 만난 겨울이면 서가에는 책이 쌓일 것이네. 지리산 토끼봉을 넘어 변산반도로 뛰는 사랑, 사랑하는 여자가 조총련이어서 간첩이 되는 사랑, 독일인의 사랑, 구월산 재인말에 천기로 스며들던 묘옥의 사랑, 그런 사랑들로 마음을 다스리네. 그러나 참 추운 겨울이었네. 그런 겨울이면 친구들은 군대로, 외국으로 하나둘씩 떠나가네.


그러다 봄이 되면 모임들을 기웃거리기도 했네. 함께 세미나를 하고 거리로 달려나가거나 어두운 뒷골목 소주집에서 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네. 여기 오네 젊은 넋들 들판을 가로질러.... 생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자 선배 들은 그럴 때 참으로 아름다웠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소주를 따라주던 그런 선배를 죄스럽게 훔쳐보면서 쓴 소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는 동안에도 세월은 차곡차곡 흘러갔네. 그 선배들도 하나둘 교정을 떠나고 말지. 도서관에 처박혀서 9급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고 있거나 양복입은 남자와 거리를 거닐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지.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쓰린 속을 만지며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이젠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그럴 때 둘러본 책장의 책들 위에는 뽀얀 먼지가 앉아있고 지난 1년간 단 하나의 음반도 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마음을 아리던 여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으며 지난 며칠간 단 한 통의 전화도 울리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지.


이십대가 간 거지.


비록 아직은 나이에 ㄴ 자가 들어가지 않는다해도 실질적인 이십대는 서해 낙조처럼 부질없이 스러져갔다는 걸 자신만은 잘 알게 되는 거지. 무심코 뒤져본 지갑 속에선 옛 친구들의 명함이 비져나오고 그들의 이름은 거개가 한자로 적혀있곤 하지. 우편함에는 듣도 보도 못한 발신인의 카드들이 들어있기 시작하지. 왜 청첩장에는 부모 이름이 적히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없이 백색 아트지로 된 그 종이들을 서랍 속에 밀어넣게 되지.


문화적 삼십대는 그렇게 시작하네. 사람이 그립지만 막상 만나면 아무도 그립지 않네. 기형도의 시를 다시 읽게 되는 것도 그 무렵이네. 밤마다 열쇠로 따고 들어오는 자취방은 보일러를 켜도 스산하기만 하지. 시리즈 비디오를 빌려보게 되고 반쯤은 다 못보고 반납하게 되고 가끔 극장가를 배회하기도 하지.


그럴 때 한 여자를 만나게 되지. 이제 바보짓은 하지 않아도 좋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서툴고 어색하지만 세월은 사람을 허투로 관통시키지 않기에 이제 다소는 무덤덤하고 심드렁하게 사랑을 고백해보게 되지. 그런 방식이야말로 서로의 상처를 줄이는 방법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인간이 만든 최악의 제도라던 결혼이 차악으로 보이게 되는 것도 그 쯤이고 서로를 간헐적으로 외롭게 만드는 더벅머리 친구보다 지속적으로 외롭게 만드는 반려가 더 나아보이는 때도 그 무렵일 것이네. 스무살 무렵에는 여자의 매력이 마음을 데우지만 이제는 여자의 아픔이 용기를 북돋게 되지. 스무살의 전장에 묻고 왔다고 믿었던 부장품들이 옷장 속에서 기어나오지. 열정, 질투, 희망 따위. 말없고 단정하던 그녀가 자신에게만 응석을 부리기 시작하지. 월급을 탄 그녀가 중저가 브랜드의 티셔츠를 사다주면 그게 쑥스러워 일부러 옷자락을 바지 밖으로 빼어내서 입고 다니지.


하늘의 빛깔은 여전히 어둡고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게 되지. 소설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하네. 코미디 영화가 좋아 지네.


그래도 가끔 스무살 무렵을 생각하네. 밤새 술 마시던 골목을 지날 때면, 그때 읽던 책을 책장에서 치울 때면, 가끔 담배를 피워대네. 그땐 그래도 자유로웠다, 고 생각하지. 오, 그때의 그 자유가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성가셨는지, 얼마나 사람을 환장케했던 지를 생각하면서 이제 더 이상 그 자유를 그리워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네.


어느날 자리에서 일어나 면도를 하게 되지. 면도날을 새것으로 갈아끼우고 그녀가 사다준 면도거품을 정성껏 바르고 뜨거운 물을 세면대에 받아서 말이네. 그리고는 머리를 깎고 몸에 잘 맞지 않는 이상한 옷을 입고 황급히 달려가네. 꼭 황급히 달려가야만 하네. 그게 어울리네. 그렇게 달려가면 거기 신부가 역시 이상한 옷을 입고 피곤한 표정으로 기다리네. 그때 잠시 멈추어서서 뒤를 돌아다본다네. 무진기행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를 것이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 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그러나 머리를 세차게 내젓고 걸어가 신부의 손을 잡네. 서른살 무렵에 다시 은둔을 꿈꾸지. 그 운둔은 스무살 무렵의 은둔과 다른 새로운 은둔일 것이네. 새로운 은둔의 동반자와 함께 걸어나가네. 드보르작의 한여름밤의 꿈이 울려퍼지네.


마흔 무렵이 되면 다시 이런 글을 쓸 것이네. 서른 무렵에는 누구나 은둔을 꿈꾸지, 로 시작하는 글 말일세. 당신이 부럽네. 축하하네. 이제 새로운 세계로 걸어가게. 다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싸우고 토악질하고 부둥켜 안고 울기를 바라네. 그래야 마흔이 되어도 이런 글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네. 안 그런가?

- 김영하.






에세이를 적어야한다는 스트레스에 오랜만에 키즈에 들어가서 에세이란을 배회하다 만난 글... 키즈도 10년쯤으로 돌아가니 글들이 무척 많더이다. 이제는 인적이 드문 곳이 되어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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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학회에 갔다. 대한다발성경화증학회

이런류의 내용은 아무리 들어도 잘 모르겠던 차라 제대로 한번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가 역시나 같은 결과를 얻고 말았다.
에... 앉아서 졸다가 딴 생각하다가...
점심 먹고는 (점심 식사는 훌륭..) 짐 챙겨서 나와버렸다.

오랜만에 울산대로 가신 김선영 선생님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인생에 도움되는(?), 내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도망쳤지..

식당에서 점심 먹고 학회장에 다시 들어가는데, 선물을 하나씩 주더군.
별로 기대는 안했는데, 무선 마우스를 주는 거였다.
내가 쓰던게 하나 있지만, 깔끔한 것이 맘에 든다.
학회에 참석한 보람을 비로소 느꼈다.

기분이 좋아져서 택시를 탔는데, 잘 한 짓인지 모르겠다.
서울은 가까운 거리라는데 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돈이 나오니...

이날 왕복 택시비가 26000원 정도 나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아 버린 오후는 휴식으로 보냈다.
오늘 일요일도 별다른 계획없이 쉴 계획이지만... (논문은..논문은...ㅡㅡ)



                           Fig.1. 베타x론에서 준 새 마우스. 조기 왼쪽 뒤로 예전 무선마우스가 보인다. 둘다 마이크로소프트.



2.
며칠전에 정우에게 연락을 취해봤더니...
한 3년만인가?
어쨌든 019로 시작하는 번호가 혹시나 포워딩 되어 있을까 싶었더니, 없는 번호란다.
LG필립스는 LG디스플레이로 바뀌었고, 홈페이지에서 직원 명부따위는 없겠지. 사람이 몇명인데.. 임원도 아닌 넘을...

이글루스로 가서 네어버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연락 좀 하라고...
나보다 더한 놈 같으니라구...


3.
다음주 주말에는 대구에 내려갔다 와야겠다.
주말에 할일도 없으니...
하지만, 이번주까지의 빨래를 처리하긴 해야 하는데, 밖에 비까지 오니 좀 귀찮다.

다음주도 별일없이 잘 넘어가기를...
논문이 문젠데...
학회 초록도 적어야하고...


정작 일은 하지 않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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