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서, 띄운 익스플로러 창에 정은임의 이름을 다시 보는 순간 그 사람이 다시 떠오른다.

이렇게 자신의 발자취를 강하게 내린 사람이 또 있을까?
라디오 DJ 라는 위치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추억으로 남은 사람이 많지 않을텐데, 그녀에게 느꼈던 내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도 많이들 남아 있는 모양이다.

내가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들었던 시기는 각 중학교에 올라갔었던 때였다.
새벽 1시라는 시각은 잠이 많던 나에게 치명적이기도 하였다.
주로 방송의 초반부를 듣다가 잤었던 거 같은데

새벽이라는 시간에 살짝은 딱딱한 그녀의 목소리가 불편하기 보다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그녀였는데...

어느날인가는 너무 들뜬 소녀같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날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빠져서 열심히 들었다.

그 당시 영화를 좋아하던 나를, 영화쟁이로 만들어준 사람이다.

지금도 나는 영화를 볼 때 음악에 관심있게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내 인생의 영화' 5편을 어느 걸로 꼽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녀의 마지막 방송을 나는 듣지 못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마지막 방송에서는 영화 mission 중에 on earth as it is in heaven 이라는 곡을 소개하는 그녀의 낭낭한 목소리.
내가 녹음한 테이프도 이 집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데.. ^^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보니, 그녀의 마지막 방송을 올려준 분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들어보았다.

배철수, 김기덕 씨도 분명 내가 좋아했던 라디오 DJ 이지만, 왠지 그녀는 나의 인생의 한 부분을 채워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평온하기를...





'정은임의 영화음악' 1995년 마지막 방송 멘트

http://mfiles.naver.net/db4ec77466373fe3cb21487047abd0a50053af4d7d/data4/2004/1/28/84/%B8%B6%C1%F6%B8%B7%B9%E6%BC%DB9.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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